[사진] 정의당 심상정 대표, 윤소하 의원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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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작성일
2018-11-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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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


* 관련 기사 : 한겨레 21

아이가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 연속 기획 3회. 함께 긷는 법







건강보험 흑자분 3%면 어린이 입원진료비 문제 해결 가능… 팔 걷고 나선 정의당, 엄마·아빠들의 눈물 닦아줄까





아이슬란드 99.2%, 네덜란드 98.7%, 스웨덴 98.3%, 체코 96.9%, 슬로바키아 95.1%, 폴란드 94.7%, 덴마크 94.4%, 노르웨이 94.2%, 에스토니아·프랑스 93%, 일본 90%.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가입국의 입원진료비 국가 보장 수준이다. OECD 평균은 85.8%. 한국은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59.8%다. 100점과 1등을 좋아하는 나라지만 60점도 못 받았다.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의술이 없어서 사망하는 게 아니라,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경제적·심리적 토대가 무너지고 삶이 무너지는 것은 ‘근대국가’가 들어선 이래 있어서는 안 되는 매우 후진적인 일이다. 그러나 입원진료비 보장률 59.8%, 전체 의료비 보장률 55%(OECD 평가 기준)라는 낮은 보장 수준을 가진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한겨레21>과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우선 0~15살 아이들부터라도, 또 전체 의료비가 아니라 더 중한 입원진료비부터라도 국가가 책임지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의당이 팔을 걷어붙이고 이 문제를 가장 먼저 받아안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6월9일 서울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아픈 아이를 둔 부모를 만나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것처럼 아픈 아이들의 병원비도 국가가 부담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다른 야당들이 처음에 관심을 갖다가 무상의료가 야기하는 과잉 복지 논쟁이나 정치적 고려 때문에 뒤로 빠져버렸지만, 정의당이 총대 메고 국회 안에서 꼭 제도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복지국가 연구자 에스핑 안데르센은 말했다. “복지국가는 정치가 낳은 아이이며, 정치의 미래이기도 하다.” 정치가 어떤 전략을 수립해서 이행하느냐에 따라 ‘복지국가 시대’가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20대 국회가 시작됐다. 20대 국회는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 ‘아이를 살리는’ 제도를 현실화할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취재 박수진 기자, 사진 김진수 기자, 편집 정환봉 기자, 디자인 장광석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가 6월 9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방문해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박신애 어린이의 엄마를 만났다. 심 대표는 “아픈 아이 병원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꼭 현실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엄마는 결국 눈물이 터졌다. “지난해 호흡곤란이 온 뒤 뇌병변이 왔고, 그 뒤로는 ‘엄마’ 말 한마디도 못해요. …한 가정이 망가지는 것은 순간이에요.”


6월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11층. 희귀난치성 질환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침대에 누워만 있는 딸, 신애 엄마 홍순금(46)씨가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정의당은 이날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공약한 ‘어린이 병원비 국가책임제’를 실천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의 입법 취지를 공유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방문했다.



‘엄마’, 그 한마디 못하는 아이



홍씨는 종이 한 뭉치를 보였다. 진료비납입확인서였다. 병원비의 대부분은 입원진료비였다. 2013년 12월~2014년 12월 지출한 병원비 본인부담금 3384만1320원 가운데 입원해서 발생한 병원비가 3373만4560원이다. 1년 병원비의 99%가 입원치료 비용이다. 2015년 병원비(1476만9640원)에서도 입원으로 인해 발생한 병원비(1430만9710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신애네는 딸이 아프면서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빠는 우울증을 앓았고, 돌봄에서 소외된 언니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벼랑 끝에 선 가족’이다(제1110호 표지이야기 참조). 2015년에는 모금방송 등으로 병원비 지원을 받았지만, 그런 방법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던 발병 첫해 병원비 3천여만원에 각종 의료물품비, 간병인 비용 등 약 8천만원의 의료비가 고스란히 신애 가족의 부담이 됐다.



“비록 소수정당이지만, 큰 배를 예인하는 작지만 강한 예인선이 돼서 이 정책들을 꼭 실현하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신애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아픈 아이가 있는 가정의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다. 비례대표 초선인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6월8일 0~15살 아동의 입원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소하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첫 법안이다.



이 법은 정의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법이기도 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6월9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 국회 현안이 많지만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생명과 건강 문제”라며 “정의당은 어린이 입원진료비 보장, 노인 틀니 부담 인하, 국민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 등 ‘의료비 걱정 제로’ 3대 과제를 20대 국회 중요 추진 과제로 삼았다. 정의당이 비록 소수정당이지만, 큰 배를 예인하는 작지만 강한 예인선이 돼서 이 정책들을 꼭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0~15살 아동이 병원에 입원해서 진료받는 경우 그 비용을 모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삽입한 법안이다. 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드는 예산은 2014년 기준으로 5152억원이다.



지난해 발표된 ‘2013년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 조사’ 결과에 기초해 0~15살 국민건강보험 급여비와 법정 본인부담금을 살펴보면, 0~15살 의료비 전체의 본인부담금은 2조5114억원이다. 이 의료비는 약제비와 감기 등 비교적 가벼운 질환으로 1차 의료기관(동네 병원)을 찾는 외래진료비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다.

정의당은 약제비와 외래진료를 통해 발생하는 의료비는 우선 제외하고 비교적 심각한 질환일 때 드는 입원진료비만 보장하도록 했다. 이 입원진료비 본인부담금은 5152억원이다. 윤 의원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이 17조원 가까이 된다”며 “재정 흑자분의 3%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추가 재정 부담이 전혀 없는 정책이다”라고 실현 가능성을 강조했다.





5152억원이면 된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가운데)이 6월8일 국회 정론관에서 0~15살 아동의 입원진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진수 기자


급식이나 보육 영역에서 보편적 복지 확대는 ‘아이 밥 먹이는 일’ ‘아이 돌보는 일’이라는 살갗에 와닿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져 국민적 공감대가 컸다. 그러나 유독 의료 영역은 ‘보편적 복지 이슈’에서 소외돼왔다.



일단 용어들이 어렵다. 의료 공급자에 대한 불신도 높다. 한국 의료체제는 의료 행위별로 비용을 지급하는 ‘행위수가제’여서 병원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급여에 해당하는 의료 행위를 남발하는 ‘과잉 진료’가 항상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무상의료’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 과잉 진료 행위까지 무상으로 할 수 있다 등 여러 걱정이 남발하는 이슈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의료보장성 확대를 위해 주로 심한 질병일수록 보장성을 확대하는 ‘질환 중심’ 정책을 펴왔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을 높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질환 중심 보장 정책은 많은 사각지대를 낳는다. 간질환, 폐질환, 퇴행성질환, 내분비질환 등 중한 질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0~15살 아동의 입원진료비 보장’ 정책은 ‘0~15살’이라는 대상을 한정해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정책이어서 논란은 적고 효과는 크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존에는 의료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질환 중심으로 접근하다보니 우선순위를 정하는 어려움이 뒤따랐고, 항상 그 질환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했다”며 “이 법안은 질환이 아니라 ‘어린이’라는 대상에 한해 보편적으로 의료보장성을 높이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높고, 실현될 경우 국민이 ‘의료보장성 확대 혜택’을 구체적으로 느끼면서 무상의료로 가는 물꼬를 틔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준 가천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부작용도 적을 것이라고 했다. 입원진료비를 무상으로 했을 때, 병원들이 무작정 경증 환자들도 입원시켜 병원 수익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임 교수는 “입원은 병원과 병상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무한정 늘리기가 힘들다”며 “경제논리로 말하면, 입원진료는 외래진료에 비해 가격탄력성이 낮아서 가격이 떨어져도 치료행위를 늘릴 수 없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실이 남는 지방 병원 등 일부 병원에서 입원치료가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적절한 감시와 통제를 통해 해결할 일이지 그런 부작용 때문에 ‘어린이 병원진료비 보장’이라는 보장성 확대 정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좋은 의도와 목적을 가진 ‘어린이 병원비 걱정 제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수 있을까. 6석이라는 소수 의석을 지닌 정의당이 발의했다는 점에서 정치공학적으로는 불투명하다. 19대 국회에서 정의당 의원 5명이 대표발의한 253개 법안 가운데 통과된 법안은 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심상정 대표는 ‘예인선론’을 주장했다. 집요하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을 2013년 4월29일 통과시킨 것을 예로 들었다.







팔 걷고 나선 정의당





아픈 아이들의 가족이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공공병원인 서울시립어린이병원. 한국에선 이같은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해 아픈 아이가 있는 가정은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 힘들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처음 발생한 뒤, 2012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산소통을 들고 다녀야 하는 성준이가 의원실로 들어왔다. 그때 이 문제를 내가 운명처럼 받아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심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발생하고 정부 역학조사에서도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확인됐음에도 이 문제를 기업과 소비자 간의 문제로만 보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고 특별법으로는 되지 않자,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을 모두 만났고,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서 설득했다. 결국 국회에서 94%의 찬성을 받아 통과됐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그간 ‘피해자 구제에 정부가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발뺌하던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이 둑에 작은 구멍을 하나 냈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여기까지 왔다. 국회의원 한 사람이라도 집요하게 붙잡고 내실 있게 해결을 추진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정의당이 온 힘을 쏟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소수정당의 위치를 자각하되 다른 정당의 연대를 이끌어내는 여러 방법을 고안하면 의제를 띄우고 정치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정의당의 생각이다.



정의당은 정당 차원에서 ‘어린이 병원비 걱정 제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국에 운동본부를 꾸려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황종섭 정의당 기획실 국장은 “전국 사회복지사협회, 지역 사회운동단체 등이 결합한 운동본부를 꾸리고 지역별 순회 강연을 하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무상급식 때처럼 이슈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입법청원운동도 진행한다. 법안을 발의한 윤소하 의원은 “아래로부터 해야 한다. 법안 발의는 시작일 뿐이다. 이 법안을 통과시켜달라는 국민들의 소중한 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모아 동료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 정책이 그동안 정의당이 추진했던 어떤 정책보다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정책 효능감이 높다고 말한다. 정의당 구로구 위원회 위원장인 이호성씨는 20대 총선에서 서울 구로갑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린이 입원진료비 국가 보장’ 정책을 말할 때 “가장 환영받았다”고 했다.





어린이 병원비는 국가가 보장해야



이 위원장은 “예전에 민간보험을 드는 대신 건강보험 납부료를 늘리고 보장성을 높이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을 할 때는 아무리 설명해도 주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린이 병원비 국가책임제’ 공약을 설명할 때는 말하는 나보다 듣는 주민들이 훨씬 풍부하게 내용을 이해하고 있었다”며 “정의당으로서는 다분히 선언적이고 지향을 밝히는 정책보다 이렇게 옆 사람 손을 잡는 것 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 국민이 효능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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